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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중대재해법 적용, 빵집·식당 사장님 진짜 처벌받나

민중의소리ㅣ2024-02-16

[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중대재해법 적용, 빵집·식당 사장님 진짜 처벌받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1월 27일을 기점으로 이미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이 시작되었고, 적용 직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해당 현장을 방문하고 현장 안전에 만전을 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가 여전히 협상의 카드가 되고 있고, 국회에서 다시금 논의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될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3년간 적용을 유예하게 된 것은 협의의 결과였다. 곧바로 법을 적용할 경우, 법이 갖출 것을 요구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등이 마련되지 않았고 마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일하는 사람의 수가 적다고 해서 노동자 한명의 귀함이 달라질 수 없고, 누구든지 안전한 환경에서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필요하지 않을 테다. 애초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법 적용 여부나 법 적용 시점을 달리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치열한 논의 끝에 유예조항이 마련됐다. 그런데 유예된 3년이 다 지날 시점이 되자, 중대재해처벌법을 중소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이 ‘민생경제’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되어버렸다. 사람의 목숨을, 일상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민생경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빵집 사장님도, 동네음식점 사장님도 처벌받는다?

 

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받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 자체도 누군가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중요시하지 않고, 안전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로, ② 사망이나 중상의 피해가 발생했고, ③ ①과 ②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법의 요구는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법을 위반해서 피해를 발생시킬 경우 처벌을 감수해야 하니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사회적 약속인 것이지,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다. 법이 시행된 후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대표이사는 1명뿐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돼 판결이 선고된 사건수는 14건에 그친다. 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적용으로 중소영세상인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야말로 법과 상식을 강조하면서 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미 법률과 시행령으로 사업장 규모에 맞게 필요한 조치의무를 달리 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정 규모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두도록 정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위 규정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장 규모에 맞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 법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고, 중소영세상인들이 이를 따를 수 없어 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는 지킬 수 없는 법이기 때문에 지킬 노력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어느 법을 두고 정부와 국회의원이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을까.

 

“논의 과정에서 원안에 없던 정부의 지원 규정을 신설했는데, 중소기업 등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안전보건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예산이라든지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고 그 차원에서 준비기간을 충분히 두기 위해 유예기간을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 그 이상의 기업은 공포 후 1년 후 시행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2021. 1. 8. 제383회 국회 본회의 회의록 중 발췌)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랜 시간 제정을 요구해왔던 시민사회, 산재피해 유가족들의 목소리만 담은 것이 아니라 경영계, 소상공인연합회 등 유관기관과의 합의, 국회 법사위에서의 장기간 심사를 통해 마련됐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적용 여부와 시점을 달리할 수 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백번 양보하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가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지금까지 안전관리체계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고, 그럼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만큼 역부족이어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법에 따른 지원을 어떻게 해왔다, 이런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할 테다. 하지만 법이 적용되면 발생할 어려움과 두려움을 강조하는 공포마케팅은, 어렵게 제정되고 시행된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미 1월 27일이 지나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는 법을 다시 논의할 여지가 있다며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다르지 않다.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행태를 그만 멈추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지금은 적용 유예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 시작한다면 너무도 늦었지만) 법에 따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할 시간이다. 법이 적용되면 동네 빵집 사장님도, 음식점 사장님도 사업장을 닫게 되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공포는 1월 27일 직전까지 극에 달할 정도로 언론보도를 채웠지만, 법 적용 이후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연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뿐이다. 그토록 두려워하는 법의 적용을 피하려면, 법이 적용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법을 제대로 지킬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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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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