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민자치의 개선방안
: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중심으로
최승제(경상대학교 행정학과)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된 지 30년이 되었다. 이제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 되었고, 중앙정부의 사무와 예산 중 일부가 지방정부로 이양되었다. 이처럼 주민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되고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확대되었지만,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예산과 정책에 개입하거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부족한 단체자치이며, 엄밀하게 말하면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자치’라기 보다는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가 ‘분권’을 이행되는 수준이다.
주민자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주민들이 지방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다. 다른 하나는 주민자치를 실행할 수 있는 자치조직이 설치되고 주민주도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전자는 단체장이나 의원에 대한 선출 및 소환, 정책과 예산에 대한 결정 및 집행에 참여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주민투표제도와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 주민소환제도 등의 주민직접참여제도가 도입되었으며, 주민참여예산제도가 2004년부터 도입되어 2011년에는 모든 지방정부에 의무화되었다.
후자는 다수의 주민들이 생활밀착형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범위에 주민자치조직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회를 2013년부터 시범실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에 자치분권국가를 제시하고, 이를 2018년 개헌안에 포함시켰으나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되었다. 그러자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는 2022년 1월 13일부터 한국의 지방자치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지방분권의 측면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간에 협력과 소통, 자율성과 보충성이 보장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정과 사무의 배분에 대한 협력 관계를 천명하였고, 지방정부 인수위 설치, 중앙-지방정부간 협의회 활성화 및 협력관계 제도화, 특례시 도입,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및 운영 보장 등의 내용이 신설 또는 대폭 개정되었다.
다음으로 강시장-약의회 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방의회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동시에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게 된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회 사무처(국)의 인사권 독립,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정수의 1/2까지 채용, 지자체의 자문기관 운영 현황 의회 보고 의무화, 윤리특위 및 윤리자문위원회 설치 의무화, 지방의원 겸직 금지 구체화 및 의무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주민자치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개선된 점이 있지만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다. 일단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한 점은 의미가 있고, 주민직접참여제도 개선방향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은 제도 시행과정에서 주민참여를 제약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야 하고, 주민조례발안법도 제도의 원래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제정되어야 하겠다. 이와 함께 읍·면·동 주민자치회 근거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가장 큰 문제이자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한국의 주민자치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주민자치를 이행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범실시 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법에 명시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주민자치회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주민자치를 개선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분명하지만, 충분조건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주민자치회가 2020년 6월 기준으로 626곳에서 시범실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행정이 주도하며, 주민참여의 지역별 편차도 매우 심하다. 이런 한계점을 개선하고 주민자치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한국 주민자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를 단순히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 주민의 주도성과 지역별 특성이 적극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일단 시범실시라고 하는 불안전한 상태를 정식 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고, 다음은 주민자치회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기본적인 운영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민자치회 운영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과 행정의 변화가 필수적인데, 주민들은 주민자치회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내·외적인 역량을 높여야 하고, 행정은 예산과 사무에 대한 지원을 비롯한 행정혁신과 민관협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와 용역보고서,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매뉴얼과 사례집 등을 통해서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4개 분야 16개 과제를 도출하였다. 우선 법령 및 조례 제·개정 분야의 활성화 방안은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근거 조항 포함, 주민자치회 개별법 제정으로 ‘시범’이 아닌 ‘정식’실시, 시·군·구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서 활성화 조례로 개정 또는 제정, 그리고 읍·면·동 주민자치회 운영규칙의 자율적 제·개정 보장이다.
다음으로 주민자치회 구성 및 운영 분야는 다양한 주민을 대표하는 위원 구성(홍보 확대, 성별·연령·사회적약자 쿼터제 등), 민주적인 위원 선정(추첨제 비율 상향, 임원선출 규정 등), 다양한 의제(분과위원회)와 넓은 지역(리·통 마을자치회)을 포괄하는 체계, 위원의 참여가 보장되는 운영(시간조정, 공가보장, 실비지급, 온/오프 병행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 분야로는 주민들의 프로젝트 설계 및 실행 역량을 위한 교육(초기 지원, 점차 자체 진행), 주민주도적인 운영을 통한 훈련(상향식 주민총회, 내실 있는 자치계획 수립 등), 독립적인 운영기반 구축(연계사업 실행법인, 유급 사무인력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지역 사회적조직과 연대(교육, 돌봄, 보건, 복지, 환경 등)를 주민자치회 활성화방안으로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행정혁신과 민관협치 분야는 읍·면·동 권한과 역량 강화(사무와 예산 이양, 읍·면·동장 주민추천, 주민자치 담당 등), 행정적 협치(주민자치회로 사무 위탁 확대, 행정정보 공개, 공유 공간 지원 등), 재정적 협치(참여예산 확대 및 내실화, 주민세 등 확보 및 자치회 주도 사용),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간접적 지원(주민자치회 및 법인 운영에 대한 컨설팅 등)을 통한 주민자치회의 활성화이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의 <표1> 과 같다.
<표1>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
분야 |
활성화 방안 |
법령 및 조례 제·개정 |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근거 조항 포함 |
주민자치회 개별법 제정으로 ‘시범’이 아닌 ‘정식’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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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서 활성화 조례로 개정 또는 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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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동 주민자치회 운영규칙의 자율적 제·개정 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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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구성 및 운영 |
다양한 주민을 대표하는 위원 구성(홍보 확대, 성별·연령·사회적약자 쿼터제 등) |
민주적인 위원 선정(추첨제 비율 상향, 임원선출 규정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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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제(분과위원회)와 넓은 지역(리·통 마을자치회)을 포괄하는 체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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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의 참여가 보장되는 운영(시간조정, 공가보장, 실비지급, 온/오프 병행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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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 |
주민들의 프로젝트 설계 및 실행 역량을 위한 교육(초기 지원, 점차 자체 진행) |
주민주도적인 운영을 통한 훈련(상향식 주민총회, 내실 있는 자치계획 수립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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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운영기반 구축(연계사업 실행법인, 유급 사무인력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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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 분야의 지역 사회적조직과 연대(교육, 돌봄, 보건, 복지, 환경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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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혁신과 민관협치 |
읍면동 권한과 자율성 강화(사무와 예산 이양, 읍면동장 주민추천, 전담인력 등) |
행정적 협치(주민자치회로 사무 위탁 확대, 행정정보 공개, 공유 공간 지원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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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협치(참여예산 확대 및 내실화, 주민세 등 확보 및 자치회 주도 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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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원조직의 역할 강화(주민자치회 및 법인 운영에 대한 컨설팅 등) |
이번 연구는 주민자치회 관련 논문과 보고서 등에 대한 문헌 분석과 시범실시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중심으로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였다. 추후 이에 대해서 실증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 주민자치회를 직접 운영하는 주민자치위원들에 대한 설문이나 그룹인터뷰, 그리고 주민자치 전문가 대상의 심층 면접 등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책대안의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데 적절한 AHP 조사 등을 통해서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지역형 주민자치회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