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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왜 바로 지금, 차별금지법일까

 

민중의소리ㅣ2021-06-03

[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왜 바로 지금, 차별금지법일까

 

 

얼마 전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한 외국 인권단체를 만났을 때 한국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올해 차별금지법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단체와는 작년에도 만나서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던 터라, 그동안 변화가 없었던 거냐며 의아해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있은 지 15년이 지났다. 2003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7월 1일 다시금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제정하라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였다. 장애,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규제하는 개별 법률이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포괄적 평등법으로 헌법의 핵심인 평등원칙을 실현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곳에서 ‘차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또 외치지만, 무엇이 차별이고 차별을 받았을 때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하고 있는 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몇 차례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한채 국회회기종료와 함께 폐기되어왔다. 그리고 지금 차별금지법 제정안에 대한 10만 국민입법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무엇일까?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함을 천명하면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은 고용과 교육, 재화·용역의 공급과 이용, 법과 정책의 집행 이렇게 네 가지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이 발생할 경우 구제수단을 정하고 있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모든 영역에서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영역에서의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별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차별의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구제수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처벌규정은 차별의 피해자가 피해구제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거나 이를 위한 준비를 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였을 경우 사용자 등에 대한 규정만을 둔다.

 

성별, 장애여부, 병력, 출신지역, 학력,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임신 또는 출산, 신체조건, 혼인여부,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차별금지법은 누군가를 규정하는 잣대가 되기 쉬운 이러한 요소들을 이유로, 분리하거나 구별하거나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한다. 그리고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면서, 차별의 피해자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시정명령, 소송지원 등)와 법원의 구제조치(차별 중지 등의 임시조치, 차별중지, 원상회복,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의 근거를 두고 있다. 차별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 분쟁에서 차별이 아닌 정당한 사유가 있는 행위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상대방이 입증하도록 하고, 고용과 관련하여 차별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관련 자료를 요청할 경우 사용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다. 그동안 차별이 존재하면 어떤 차별이 존재하는지, 차별의 이유가 무엇인지 피해자가 모두 밝혀야했고 이와 관련된 자료는 차별을 하는 자에게 치중되었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떻게 달라질까?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이유로 만연해있던 차별이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요소를 근거로 개인을 규정짓고 평가할 때 ‘차별’에 해당하는지 기준을 제시하고, 최소한 고용과 교육, 재화·용역의 공급과 이용, 법과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는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로서 법률에 명시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개인이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지, 차별의 피해자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약속하는 법률이 제정되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하고, 차별에 문제제기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차별하면 처벌받아서가 아니라, 왜 차별이 법률로 금지되는 행위인지, 왜 차별을 막기 위해 사회구성원이 모두 노력해야하는지 그 근거를 보여줌으로써 인식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4월 실시한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8.5%에 달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10만 국민입법청원은 일주일 만에 6만명에 달하는 동의를 받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꼽은 주요 입법·정책현안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포함되어있다. ‘사회적 합의’라는 변명 뒤에 숨어 20여년간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국회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오명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길 바란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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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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