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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국가보안법, 무엇을 먹고 자란 괴물인가

 

민중의소리ㅣ2021-05-02

[오민애의 법원삼거리] 국가보안법, 무엇을 먹고 자란 괴물인가

 

 

최근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세기와 더불어’가 판매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시민단체에 의해 판매중단 가처분 신청이 이루어지고, 판매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언론사들은 앞다퉈 보도했다. 결국 판매예정이던 서점들은 판매를 중단했고, 구매자들이 이적표현물을 구입, 소지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위험을 감수하게 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오히려 이 책의 판매가 허용되어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많은 기사들을 통해 접하게 된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국가보안법이 힘을 잃어서일까.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었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사문화(死文化), 말 그대로 조문은 있으나 실질적인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기와 더불어’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었다는 말이 얼마나 듣기좋은 허울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 없는 국가보안법,

그러나 ‘북한’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의 어떤 조문을 봐도 북한을 직접 언급하는 조문은 없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이고, 북한과 관련되지 않고 국가보안법이 반국가단체로 의율하는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형법에서 여적죄, 외환유치죄 등과 같이 대외적으로 국가의 존립에 위해를 초래하는 범죄를 정하고 있지만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이 반국가단체임을 전제로, 관련 혐의에는 형법이 아닌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이 만들어지기 전, 치안유지를 이유로 형법이 만들어지면 폐지될 것을 예정하고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이 73년간 공고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처벌할 규정이 형법에 마련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법률로 분단의 상대방이자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이어야 할 북한을 ‘적’으로 보고, 북한에 대해 알고자 하는 행위는 처벌을 감수해야하게 된다. 북한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자 하는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간주되고, 이는 다른 국가에 대해 갖는 관심 정도의 호기심조차 갖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효과까지 있다. 우리도 모르게 자기검열이 일상화되어있고, 북한에 관한 정보는 차단된 채 여전히 상상 속의 모습이 실체라고 믿도록 강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나와는 상관없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통일부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 남북교류 과정에서 받은 책자와 문서를 보관한 것조차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찬양·고무)로 처벌대상이 된다. ‘대동강맥주가 맛있다’는 말이 반국가단체를 ‘찬양’하는 발언이 되고, 북한 군인 역할에 잘생긴 배우를 섭외했다는 이유로 드라마 제작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고발대상이 된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한 정책을 결정하고 꾸려가는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다. 이러한 일들이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벌어지는 것일까? 평양소주, 대동강 맥주를 팔고 북한 음식, 문화를 표방하겠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던 홍대 앞의 한 술집은 경찰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 대상이 되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해당 술집은 상호와 판매 품목, 컨셉을 모두 바꿔야했다. 북한에서 만든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자, 해당 유튜브를 보는 것이 국가보안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가 논란이 되었다. 아무 거리낌없이 북한에서 만든 유튜브 영상을 눌러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국가보안법 폐지의 목소리

 

2004년 국가보안법 전면폐지의 기회가 있었다. 각계 시민사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나섰고, 국회에서도 전면 폐지에 대해 논의되었지만 국가보안법의 폐지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후 16년간 국가보안법의 일부조항이라도 폐지의견을 담은 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예전처럼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고문이나 불법감금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사실상 사문화되었다는 논리가 국가보안법을 존치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사문화되었다면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여전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내사와 수사, 재판은 진행중이고,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언제 어떻게 그 위세를 드러낼지 모른다. 북한이나 통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해 16년만에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폐지를 내용으로 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이규민 의원 대표발의), 헌법재판소에서는 위 7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결성되어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이 아닌 전면폐지를 위한 목소리를 모아나가고 있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나와 내 가족, 친구에게도 문제될 수 있는 국가보안법. 북한에 대한 호기심조차 검열하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국가보안법. 이제는 정말 사라져야 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힘은 우리들의 관심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칼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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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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