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재활성화'에 관한 법적 쟁점 검토
-국제법 및 대한민국 헌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법무법인 율립 <공공가치프로젝트팀>
신의철
1. 들어가며 – 왜 지금 유엔사 재활성화에 주목하는가?
유엔사가 비무장지대(DMZ) 관리 권한을 남용하여 남북간 화해노력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전협정 관리 권한을 한국이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등 유엔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었다. 또한 미국이 2014년부터 추진하여 온 ‘유엔사 재활성화(UNC Revitalization)’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미국이 한미간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를 대비하여 유엔사를 전투사령부로 복귀시키는 방향으로 한반도 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 또한 제기되었다. 이 글이 유엔사 재활성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유엔사가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험하였고, 둘째, 그러한 배경에는 미국이 추진해 온 유엔사 재활성화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여겨지며, 셋째, 심지어 이러한 프로젝트가 우리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되어 왔고 지금도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 유엔사 재활성화의 내용 및 특징
- 유엔사 재활성화란 무엇이고, 왜 추진되었으며, 현재 얼마나 추진되었는가?
(1) 유엔사 재활성화의 개요 및 추진경과
한국 전쟁 당시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제84호에 의해 설치된 16개국 전투 병력에 대한 미국 주도의 통합군사령부로서 전투 기능을 수행했다. 이후 1953년, 한국이 전정협정 협상이나 체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의 한 당사자로 권한과 의무를 갖는 구조의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정전협정 체결 후 15개국의 병력은 철수하였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계속 주둔하게 된 미군이 유엔사를 구성하는 유일한 병력으로 남았다. 유엔사가 한국전쟁 당시에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던 것과는 달리, 1978년 이후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창설로 인해 정전의 유지와 협정의 관리 업무만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유엔사의 최근 움직임은 이와는 매우 다르다. 그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전작권 합의 논의가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유엔사의 활동 방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6년 3월 버웰 벨 유엔군사령관은 미국 상원 군사위 국방예산 심의 청문회에서 “유엔군사령부를 항구적인 다국적군(coalition)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벨 사령관은 2007년 1월 18일 외신기자클럽 초청연설에서, “한미연합사의 해체와 한국군으로의 작전통제권 전환은 유엔사의 군사권한과 책임에 부조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연합사 해체 때 유엔군사령관은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와 다른 지역에 배치된 한국 전투부대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권한이 없어지게 된다.”라며 “연합사가 해체되면 조직을 정비해 정전에서 전시로 전환될 때 유엔사 지휘관계에서 하나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벨 사령관은 “(일본 내) 유엔기지 사용 불가 때 다국적군의 전력을 들여올 수 없다.”라며 “유엔사를 통한 이런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유엔군사령관은 모든 유엔 지원 전력에 대한 작전 지휘권을 보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유엔사 산하에 독자적 전투부대가 없는 조건에서 한미연합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한마저 반환하게 될 경우 이후 유엔사가 기본적인 정전협정 유지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미국은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7월 28일, 스캐퍼로티 유엔군사령관은 미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유엔사는 “숨겨진 잠재력(untapped potential)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유엔사를 주로 정전유지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안보에 대한 다국적인 기여를 모색할 의향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유엔사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유엔군사령관이 유엔사 재활성화를 사령부의 공식 목표로 삼은 것은 2015년이다. 또한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2016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지난해, 우리는 유엔군사령부의 17개 전력제공국들의 일상적인 작전 참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후, “호주의 고위 장교 한 명이 유엔사에 대한 전력제공국들의 참여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다.”, “2015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기간 동안, 사령부는 7개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의 89명의 참가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고 보고하였다.
(2) 유엔사 재활성화의 특징
이러한 유엔사 재활성화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유사시 유엔사가 지휘할 군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하고, ② 이를 위해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는 분리하여 유엔사를 한국 당시와 같이 여러 국가의 군대가 참여하는 다국적군으로 만들며, ③ 유엔사 기능회복의 핵심은 ‘전투지휘기능’의 회복에 있으며, 다국적군의 실(實)병력이 참가하는 연합훈련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강화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전략다이제스트(USFK Strategic Digest)>는 “2012년 키리졸브 연습에 23개국의 다국적 대표단이 참가하였으며 2012년 UFG 연습에 60명의 다국적 장교들이 참가하였다(2013년판).”고 하고, “2009년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에 총 3개 국가에서 7명이 참석한 반면 2014년 연습에는 총 7개 국가에서 153명이 참가하여 참가율이 대폭 증가했다(2015년판).”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5년 3월 키리졸브 연습에는 유엔사 회원국 중 5개국이, 2016년 8월 UFG 연습에는 9개국이, 2017년 3월 키리졸브 연습에는 5개국이 각 참가하였고, 2017년 8월 UFG 연습에는 7개국이 참관하였다. 그 외에도 2016년 3월 한미 양국 해군과 해병대가 실시하는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에 호주군 약 130명과 뉴질랜드군 약 60명이 참가하였고, 2017년 6월에는 한·미·캐나다 3국 해군이 제주 인근 해역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벌였다.
유엔사 재활성화가 추진된 배경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한미간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실제 지휘할 부대가 없는 유엔사가 정전협정 유지와 유사시 한반도 전력제공과 지휘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전작권이 한국으로 환수되고, 발전하는 남북 관계 속에 한반도에 적대관계가 완전히 종식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염두에 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 강화할 수 있는 지휘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사는 유엔사 재활성화의 핵심을 ‘전투지휘기능’의 회복에 두고, 다국적군의 실병력이 참가하는 연합훈련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강화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사는 전투사령부로의 회귀 계획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다수 언론 보도와 전문가들은 유엔사 재활성화의 핵심을 한국전쟁 당시와 같은 전투지휘기능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유엔사는 실질적 다국적군화와 함께, 전투지휘기능 회복을 재활성화의 주된 목표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전유지 활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군사활동이다.
3. 유엔사 재활성화 관련 법적 쟁점 검토
(1) 국제법 위반 여부
1) 유엔사 재활성화에 관한 국제법적 근거의 존재 여부
①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 제82호, 제83호, 제84호의 효력 지속 여부
일각에서는 유엔사의 재활성화가 유엔 안보리 결의 제82호, 제83호, 제84호, 특히 한국에 파견된 각국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지휘하는 통합사령부(unified command)를 설치하도록 한 제84호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위 안보리 결의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우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은 북한의 무력공격에 의한 ‘평화의 파괴’ 상황이 종료된 것이자, ‘모든 적대행위의 즉각적 중단과 북한군의 38선 이북으로의 철수(제82호)’, ‘북한의 무력공격 격퇴(제83호)’라는 안보리 결의의 목적이 달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전협정 체결시 두 결의의 효력은 물론, 위 두 결의를 전제로 한 제84호 역시 함께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상당수의 국제법학자들 역시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의 체결에 의해 이 무력분쟁이 종료되었다고 본다. 특히, 정전기간의 만료 또는 일정한 절차적 요건의 만족을 전제로 적대행위의 재개가 가능하였던 고전적인 정전 개념과는 달리, 1953년 협정에서는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중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점은 “전투행위 재개방지의 보장”이라는 표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한반도상에 성립하고 있는 정전은, 적어도 ‘장래를 향한 교전의사의 종국적인 포기’에 합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휴전 협상 초기인 1951년 11월 27일 양측이 군사분계선 설정에 합의한 후 임시 휴전을 선언하고 12월 27일까지 한 달간 전투를 중지하였다가 협상이 결렬되면서 다시 무력사용을 재개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전협정의 성격이 일시적 정전이 아니라 적대행위의 종료에 합의한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전 당사자 중 일방이 무력행사를 행하면 이는 중지된 기존 적대행위의 재개가 아니라 새로운 침략행위로 간주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의 무력사용을 위해서는 유엔 차원의 새로운 결의가 필수적이다.
유엔사 회원국들에게 무력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었던 1950년대 유엔 안보리 결의들은 정전협정 체결로 인해 그 목적을 달성하여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또한 70년 동안 그 무력사용의 권한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력사용 금지원칙을 천명한 유엔헌장의 취지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1950년대 유엔 안보리 결의 제82호, 제83호, 제84호는 유엔사 재활성화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결국 이들을 근거로, 유엔사가 현재 어떤 형태로든 무력사용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군사작전계획을 세우는 것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② 1953년 <워싱턴 선언>의 유효 여부
일각에서는 1953년 한국 휴전에 관한 공동정책 선언인 <워싱턴 선언> 역시 재활성화의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선언의 핵심은 유엔사 회원국들이 정전협정을 지지하고 그 이행을 약속한 것에 있다. 따라서 워싱턴 선언을 근거로 전쟁 재발시 유엔사가 정전협정 이전의 군사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선언의 핵심 내용과 성격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위 선언의 내용 중 “만약 국제연합의 원칙들에 반하는 무력공격이 재발할 경우, 우리는 세계평화를 위하여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저항”하겠다고 천명한 부분 역시 유엔의 일반적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이 정한 절차에 따라 새로운 결의 하에 평화수호행동에 나서겠다는 취지이지, 기존 유엔사 체계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워싱턴 선언 어디에도 유엔사의 지속적인 군사임무 수행 등을 확인하는 내용이 없다. 설령 그런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워싱턴 선언 자체가 규범력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 따라서 워싱턴 선언을 근거로 유엔사가 유사시를 대비하여 군사작전계획을 세운다는 것 역시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2) 유엔사 재활성화가 국제법상 ‘국가주권 상호존중의무’에 위반되는지 여부
유엔사 재활성화는 국제법상 근거도, 한국의 동의도 없이 유엔사의 다국적군화 및 전투지휘기능 회복 등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영토에서 매년 군사훈련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므로, 국가주권의 상호존중의무에 위반된다. 특히, 유엔사 회원국 16개국에 해당하지도 않는 독일이나, 우리와 민감한 관계에 있는 일본을 미국의 이익에 따라 유엔사의 군사훈련에 참가시키려 시도했던 것은 명백한 ‘국가주권 상호존중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2) 대한민국 헌법 위반 여부
- 유엔사 재활성화가 헌법 제60조 제2항 및 국민주권원리에 위반되는지 여부
미국이 추진해 온 유엔사 재활성화의 핵심은 유엔사 ‘작전기능의 회복’에 있으며, 다국적군의 실병력이 참가하는 연합훈련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유엔군사령부의 16개 전력제공국들의 ‘일상적인 작전 참여’, 즉 다국적군의 상설화·상비화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 제60조 제2항에서 규정한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해당한다. 따라서 유엔사 재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국적군 실병력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연합훈련참가 및 이의 상설화·상비화 계획에 대해서는, 분명 헌법 제60조 제2항의 취지에 따른 국민적 합의 및 이에 기초한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껏 이에 대한 국회의 동의는 물론 그 요구조차 없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회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유엔사 재활성화는 헌법 제60조 제2항에 위반하여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침해하며, 이는 국민의 의견을 모아 국민주권의 원리를 관철시켜야 하는 헌법의 기본원칙인 국민주권의 원리에도 위배된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유엔사 재활성화 과정의 상당 부분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주권의 제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음에도 그 어떤 조약 체결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 역시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이제라도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재검토 및 국회 차원의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4. 마치며
유엔사는 우리의 군사주권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언젠가는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사실상 형해화되어 있던 유엔사의 군사적 기능이 다시 재활성화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우리의 관심 역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는 유엔사의 존립근거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임시적 성격의 정전협정이 70년에 이르도록 유지되는 동안 주권국가의 통제 범위 밖에서 진화해 온 유엔사의 정치적 성격과 법적 의미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