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ㅣ2021-04-04
[오민애의 법원삼거리] 다시, 4월입니다
변호사시험을 9개월가량 앞두고 학교생활과 시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봄공기가 유난히 차게 느껴지던 4월이었다. 열람실에 앉아 인터넷 뉴스로 접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 전원구조했다는 보도가 오보였다는 뉴스 자막에 가슴이 내려앉았던 그날, 집에 돌아가는 전철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보험금이 얼마일 거라는 아주 친절하고도 잔인한 그래프를 곁들인 뉴스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독립된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며 유가족분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할 때, 온갖 음식을 쌓아두고 ‘폭식투쟁’을 벌이던 이들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화면 속에 비치는 음식의 냄새가 느껴져 구역질이 날 것 같았던 그날을 기억한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를 물대포로 막아섰던, 경찰차벽 뒤에 숨어있던 그들을 기억한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으로, 평론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를, 유가족을, 그리고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을 조롱하고 비웃는 많은 이들의 말과 글이 가슴을 후벼 파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다시 4월이다. 왜 제대로 구하지 않았는지, 참사가 일어났을 때 컨트롤타워는 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는지, 아직 우리는 답을 듣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어떻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일곱 번째 4월 16일을 맞이하는 지금, 다시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되묻게 된다.
왜 제대로 구하지 않았는지
컨트롤타워는 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는지
아직 우리는 답을 듣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5년만인 2019년 11월 검찰에 특별수사단이 설치되었고, 성역 없는 수사를 바랐지만 당시 해경 지휘부와 특조위 방해세력에 대한 기소에 그친 채 특수단은 지난 2월 활동을 종료했다. 해경 지휘부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법원은 당시 중앙구조본부, 광역구조본부, 지역구조본부가 123정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교신을 계속 유지하지 않았고, 교신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구조상황에 대해 파악된 정보를 전파하지 않고 구조계획 수립을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세월호의 선내 상항을 각 구조본부와 현장에 출동한 구조세력이 공유하였다면 123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확인 후 퇴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승객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23정장에 대한 형사판결에서 해경지휘부와 현장구조업무를 담당했던 123정장의 공동책임이 인정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당시 해경 본청과 서해청에서 123정으로부터 보고를 수차례 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해경지휘부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법원은 당시 해경지휘부에게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다. 구조가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구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국가에게 국민이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강제수사권을 가지고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밝혀내는 것이 수사기관의 책무이고, 이에 따라 법원이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것 또한 사회적 참사 이후에 사회가 온전히 회복해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마저 무색하게 만든 판결과 함께 특수단의 활동도 끝났다.
해경 지휘부에 책임을 묻지 않은 1심 법원
국민고소고발 건 대부분을 ‘혐의없음’ 처분한 검찰 특수단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켜보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는 길
검찰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며 이루어진 국민고소고발 건의 대부분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했고, 이에 대해서는 항고하여 다시금 다투고 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활동기간을 연장하여 세월호 참사의 진상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자 하고 있다. 해경지휘부에 대한 재판 항소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특조위 방해세력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야 하는지 뼈아프게 알려주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가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가 안전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당사자이자 주체로 바라보고 대응, 복구 과정에서 참여하고 보호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아야 하며, 공동체가 함께 재난·참사를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아프게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되어있다. 안전한 사회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제도적 토대가 되기를 바라는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염원이 담긴 위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고 법이 제정되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로 남아있다.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이들을 감시하고 응당한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우리 사회가 온전히 함께 극복하는 길이 아닐까, 그리고 진실을 감추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4월을 앞둔 지금, 스스로에게 되새기며 하는 다짐일지도 모르겠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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