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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 변호사] “세월호·가습기 참사는 느닷없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겨레S] 특집

두 개의 사회적 참사 보고서가 남긴 교훈

 

(2022. 9. 3. 12:00 등록)

 

다르면서도 닮은 두 참사에서

책임회피와 무능한 국가 목격

피해자들은 이중의 고통 겪어

"개인 잘못 아닌 사회적 참사"


1.

지난 8월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11주기 행사가 열렸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날을 기억하면서 희생자들의 사진과 유품을 전시하고 추모하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되어 사망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1700명이 넘는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썼다는 점을 빼고는 공통점이 없는 남녀노소 각지의 희생자들은 이것이 오랜 세월 일상에서 지속되고 확산된 참사임을 증언해주었다.


마침 그다음날인 9월1일에는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두권의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국가 조사기관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보고서, 그리고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침몰 원인 보고서 이후 두번째로 국가 조사기관에서 내놓는 세월호 참사 보고서가 담겼다. 참사별로 300쪽 정도의 분량에 참사의 원인과 경과를 서술하고 위원회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위원회는 두 참사를 합하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라고도 불린다. ‘사회적 참사’라는 말은 어떤 재난의 원인이 개인의 잘못이나 불운에 있지 않으며, 그 피해 역시 개인이 감당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의지를 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가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히기 위해 오랜 기간 공적 자원을 투여해온 것이 바로 이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3년 반에 걸친 사참위의 조사 결과를 정리하여 두 참사의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맡았다. 방대한 조사 내용을 짧은 시간에 검토하여 그 의미를 파악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쓰는 일은 보람되면서도 힘에 부쳤다.


(중략)


5.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두 참사의 모든 것을 기록했는가? 그렇지 않다. 참사 피해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충분한 위로와 존중을 느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사참위 종합보고서가 나온 것은 잘된 일인가? 그렇다. 여러 제약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우리는 공동체에 닥친 거대한 비극을 조사함으로써 배울 것을 배우고 고칠 것을 고치는 전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참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을 사회 전체의 공적 책무로 삼게 된 것이다. 사참위 종합보고서의 역사적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참사를 다룬 두개의 보고서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문장이 딱 하나 있다. “기업과 정부의 책임은 너무나 크고 분명하여 이 책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세월호보고서 317쪽, 가습기살균제보고서 286쪽)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을 이렇게 선언함으로써 사참위 보고서는 지금껏 손쉽게 피해자를 비난해왔던 관행을 끊어내고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에, 다음 참사의 예방과 대응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와 세월호가 개인의 잘못이나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인 원인과 책임이 분명한 ‘사회적 참사’임을 확인한 것이다.


‘사회적 참사’는 또한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의 책임도 함께 불러일으킨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 발간과 동시에 해산하지만, 그 보고서를 도서관 구석에 묵혀두지 않고 이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사용하는 것은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에게 남은 책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종합보고서 결론의 마지막 구절은 모든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우리 모두의 다짐이다.


“당신 탓이 아닙니다. 기업과 정부가 당신을 위험에 빠뜨렸고, 책임을 회피했고, 정의를 지연시켰습니다. 그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도 기업과 정부에 있습니다. 그 회복 과정에 모두 함께하겠습니다.”


※공동기고 필자 명단: 사참위 종합보고서 집필위원 전치형(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이두갑(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유상운(한밭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오철우(한밭대 인문교양학부 강사), 박상은(충북대 사회학과 박사과정/플랫폼C 운영위원), 오민애(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 보조집필인 강미량(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김성은(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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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73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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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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