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다루지 못한 용산 이전...이태원 재판 2년, 밝힌 것과 밝혀야 할 것
[참사 2주기 기획] 관련자 무죄에도 '국가 책임' 언급한 판결문... 그날의 재구성과 책임자들
(김성욱 시민 기자 2024. 10. 29. 07:06)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무려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2주기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시민들에게 단 한 번도 참사가 왜 발생했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책임 있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를 수용했고, 지난 9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특조위는 이제 막 준비단계에 와있다.
행정부의 설명이 빈칸으로 남아있는 동안, 참사와 관련된 사실의 조각들이나마 공적으로 발화되고 기록돼 온 곳이 법정이다. 특히 최근 2주기를 앞두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재판의 1심 결과들이 연이어 나왔다. 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서울경찰청 관계자 3명 ②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 ③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3명 중 업무상과실치사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일선 경찰인 용산경찰서 관계자들뿐(9월 30일)이었다.
1심 법원은 경찰 '윗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선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10월 1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선 인파사고를 막을 법적 '의무'와 '권한'이 없었다는 이유(9월 30일)로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법률지원TF 단장을 맡고 있는 오민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따짐에 있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159명 사망해도 정치적·도의적 책임 외면한 정부
그러나 '무죄'가 곧 면죄부는 아니다. 처벌을 목적으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재판은, 그 본질상 좁은 범위의 개별 행위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만을 핀셋처럼 집어 판단할 뿐이다.
유·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돼 온 이태원 참사 공판에서는 참사 당일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진실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1심 재판들에 따르면, 시민들은 그날 분명 참사 발생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4시간 전부터 11번이나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반응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심지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을 정확히 지목하며 '여기서 압사당할 것 같다'고 하거나, 인파 관리를 해 달라며 구체적으로 일방통행 통제를 요청하기까지 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참사 3일 전 작성됐다가 삭제된 경찰 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이태원 중에서도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구간'에 인파가 몰릴 위험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경찰과 용산구 모두 그날 참사 현장에서 불과 1400미터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반정부 시위 관리에만 매몰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재판 내내 제기됐다. 참사 당일 대통령실 앞 시위에는 67개 경찰관 경비기동대와 용산경찰서에서만 20명의 정보경찰들이 배치됐다. 반면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3년 만에 처음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에는 경비기동대도 0명, 정보경찰도 0명이었다. 이를 두고 법원은 판결문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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