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제기한 박정훈 대령, 무죄 (중앙지역군사법원 2025. 1. 9. 선고)
2023. 7. 19.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홍수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사망한 채수근 해병의 사망의 원인을 수사했던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그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 가해진 ‘부당한’ 외압에 대해 말하자 군 검찰은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와 상관명예훼손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이 1년 여 동안 계속되었고, 2025. 1. 9.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마침내 전부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법무법인 율립은 박정훈 대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2023. 8. 말부터 박정훈 대령을 조력하여 구속전피의자심문에서 적극적으로 변론하여 구속영장은 기각되었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매진하여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피고인인 박정훈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의 이첩보류명령과 이첩중단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항명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기록 이첩 보류 명령과 관련하여서는 해병대사령관이 국방부장관의 지시에 따를 것인지에 관하여 회의 내지 토의한 것을 넘어 피고인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인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명령이 없었다는 박정훈 대령의 말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해병대 사령관은 자신이 이첩보류명령을 수차례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해병대사령관의 군검찰 최초 조사 당시의 진술과도 일부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 증거인 군사보좌관과의 텔레그램 메시지의 내용, 해병대사령관의 업무수첩 기재 내용 등과도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하며,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이첩 중이라는 피고인의 보고를 받고서도 당황하여 그 즉시 중단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부분과도 일관되지 않아 이를 선뜻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은 믿을만하고, 피고인의 진술과 상반되는 듯한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들의 진술은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 조직 내에서 국방부장관의 지시를 부사령관으로부터 전달받아 부하들과 회의 및 토의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장관의 지시를 수명하며 장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는 해병대사령관의 발언을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으로 받아들여 해병대사령관이 직접 피고인에게 기록 이첩보류 명령을 한 것으로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들에 대한 관련 진술 부분은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 기록 이첩을 중단하라는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점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이 기록이첩중단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은 맞지만 해병대사령관이 기록이첩중단명령을 할 권한이 없으므로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군사경찰부대 설치부대장의 직무 관장 및 지휘·감독권에 관한 규정, 군사법경찰관의 직무범위에 관한 규정들에 따르면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은 군사경찰의 직무를 관장하며 소속 군사경찰을 지휘 · 감독할 수 있으므로 군사법경찰관이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하는 경우에도 그 직무를 관장하며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해병대사령관에게도 이 사건 기록 이첩과 관련한 직무를 관장하고 지휘·감독할 권한은 있지만, ‘이 사건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할 권한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군인 등의 범죄 이첩의 경우에 해병대수사단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해병대사령관의 직무 관장 및 지휘·감독권의 범위는 해병대수사단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기록 이첩을 지체하거나 이첩을 중단하는 경우 등에 있어 오히려 지체 없이 기록을 이첩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법령상 권한 및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 사건 기록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할 것을 명령할 권한은 없으므로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죄와 관련하여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피고인인 박정훈 대령이 대면하여 직접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하면서 있었던 일을 진술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있고, 당사자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은 국방부장관의 발언 유무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고, 피해자인 이종섭 전 장관의 진술은 오히려 장성급 장교의 처벌이 문제가 된 사안에 비추어볼 때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고 경험칙에도 부합하지 않아 쉽게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사상초유의 국군통수권자에 의한 ‘내란’이라는 사태에 직면하여 이를 수행한 군인들을 ‘현실에서’ 목도하면서 군인이 부당한 명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치열하고 단호한 고민이 필요한 이 때, 이 판결은 그 해답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