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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인간의 도리를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

민중의소리ㅣ2022-01-09

[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인간의 도리를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

 

 

“징하게 해쳐먹는다”, “쌈싸먹는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들어도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한 표현이다. 이렇게 옮겨쓰는 것만으로도 조심스럽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그 죽음을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며 하는 표현이라면 더욱이, 벼리고 벼린 칼날이 되어 가슴에 꽂힐 수밖에 없다.

 

2021년을 열흘 앞둔 날, 법원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SNS 게시글을 통해 모욕행위를 일삼은 차명진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2019년 4월 15일, 차마 다 옮길 수 없는 표현들로 가득한 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후 2년 8개월만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이 당연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 가족들은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했다. 담당변호사에게 자신의 뜻에 따라 위임한 것이 맞는지 밝히기 위해 일일이 위임장에 대한 공증을 진행해야했다. 적법하게 위임했는지 확인해야한다는 피고측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리고 차 씨가 펼친 주장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가족들에게 다시금 상처를 주고 분노케 하였다. 우선 차 씨가 사용한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표현이 소송에 참여한 원고 개개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됐다.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지칭한다고 해서 특정 개인을 언급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고 이들의 가족 또한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게시물이 개별 가족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고, 희생자들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던 사람들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일반대중에 노출되는 일도 많았던 점, 그리고 인신공격적 표현들이 다수 포함돼있고 수위도 상당히 높은 점 등을 고려해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극언한 차명진의 패소

키보드 뒤에 숨어, 정치인의 지위 뒤에 숨어

조롱과 비난을 배설하는 행위가 용납될 수 없다


차 씨 측은 사용한 표현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이고, 유가족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욕되게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다투기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차 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 씨가 사용한 표현은 원고들의 도덕성과 인격에 대한 심각하고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내용이고,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표현으로 원고들에 대한 자신의 혐오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낼 뿐만 아니라, 자극적이고 반인륜적인 표현으로 원고들을 비하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정하였다.

 

나아가 차 씨는 세월호 유가족은 공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을 감수할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가족으로서 국가로부터 보상 등을 받았다고 하여 특별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한다는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시민단체나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을 위한 글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게시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건전한 비판이 아닌 악의적인 비난과 조롱을 가하려는 의도만 보인다고 판단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5주기 하루 전날,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시기임을 잘 알면서, 온갖 조롱과 악의적인 표현을 가득 담아 글을 작성하고, SNS와 언론보도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게 한 책임,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칼날이 되어 가족들의 마음 곳곳에 박혀있을 말들을 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순간적인 말 한마디, 글 하나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은 정말 쉽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그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고, 오랜 시간과 그 시간만큼의 고통을 감수하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씁쓸하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세월호 참사 주기가 돌아오면, 혹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모진 말을 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폄훼하는 이들이 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타인의 아픔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정쟁의 도구로 삼는 그들의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을 테다. 그리고 그 잘못 하나하나를 묻고 따져서 책임지도록 하는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고도 길 테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와 도리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일이 멈춰질 수 없다는 것이다. 키보드 뒤에 숨어, 정치인의 지위 뒤에 숨어 무책임하게 조롱과 비난을 배설하는 행위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이 법원의 판단으로도 확인되었다는 사실이 꼭 전달되기를 바랄뿐이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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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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