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ㅣ2021-11-20
[하주희 변호사 세상에 이런 법이] ‘위드 코로나’ 시대, 법정에서도 위로받을 수 있을까
봉쇄 없이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현실에 감사한다. 불철주야 방역을 위해 애쓰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뎌온 방역 담당자들과 모든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한편으로 나는 농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K방역’이 성공한 첫 번째 요인은 ‘동선 공개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확진되는 순간 누구와 어느 모텔 몇 호실에 투숙했는지, 어떤 음식점에 갔는지, 어느 이태원 클럽에 갔는지 안 갔는지 등 확진자의 모든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었다. 확진자 동선 정보를 접하며 나는 공포스러웠다. 만약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잃을 게 많지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가족들까지 받게 될, 따가운 시선이 두려웠다.
다행히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가 제한되도록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정보공개로 인해 대상자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어땠나?
감염병예방법이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강화된 조항도 있다. 감염병예방법상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최고형이 당초 벌금 300만원이었다. 지난해 5월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으로 강화되었다. 법이 강화되자 법원도 보조를 맞췄다.
오늘 ‘장발장 판결’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법원은 확진자도 아닌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시민에게 “미증유의 전 세계적 감염병 창궐 사태에 국가, 지자체, 국민이 모두 협력하여 감염병 확산 방지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 하나쯤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된 조치 위반”이라고 판시하며 전과자로 만들기도 했다. 사실 그 사람은 격리 위반 통지서를 받기 전에 생계를 위해 약속한 일을 몇 시간 정도 해주었을 뿐이다.
감염병 예방과 극복이 중요한 과제라고 해서, 법이 가진 ‘비례성’과 ‘상당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미증유의 사태’로 법 적용이 평소보다 약간 더 엄격할 수 있다. 하지만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을 19년 동안 감옥에 가둔 판결을, 오늘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금, 감염병 사태라는 이유로 우리가 함부로 대한 것은 없는지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손실보상은 손해배상과 달리 누구도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게 되는 손실을 보상해준다. 마찬가지로 뭘 잘못해서라기보다 인간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놓친 게 없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지난 1년8개월, 시민들은 각자 어려움을 감수하며 감염병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에게는 채찍보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나는 1차 백신접종 후 하혈을 하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이상 반응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나 역시 사회생활을 위해,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해 2차 접종을 받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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