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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율립

[월간율립 2020년 5월호] 5년 만에 확인된 살수행위의 위헌성, 그 씁쓸함에 대하여



월간 율립 _ 5월(2020)

5년 만에 확인된 살수행위의 위헌성, 그 씁쓸함에 대하여

 

변호사 오민애

 

 

2015년 4월과 5월, 광화문광장과 종로 일대는 경찰 차벽과 살수차, 최루액으로 희뿌옇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렬을 막아섰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막아섰던 경찰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장벽 같았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길을 가로막고, 물대포를 쏘고 시민들의 얼굴에 최루액을 쏘아대던 경찰에게는 최소한의 원칙도 기준도 없어 보였다. 그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던 물줄기, 그 물줄기에 섞인 최루액에 매캐하고 쓰라렸던 기운, 그리고 물줄기에 힘없이 쓰러져간 한 어른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고 백남기 농민은 그렇게 쓰러진 후, 10개월간 단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사망하였다. 평범하게 살아오던 딸들의 일상은 사건 발생 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혐오와 명예훼손, 모욕의 대상이 되었다. 경찰은 살수차 운용지침을 지켰고, 고인이 쓰러진 데에는 직사살수로 인한 충격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며 고인이 사망한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부검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다. 서울 집회에 다녀온다고 집을 나선 남편이 의식불명상태가 되고, 그렇게 1년간 남편을 중환자실에서 마주해야 했던 아내에게, 경찰은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부검영장을 들이밀었던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많은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경찰들에 대한 고소․고발과 국가배상청구, 직사살수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그리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자들에 대한 고소․고발까지. 고인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그 책임을 묻기 위한 과정은 지난했다. 법원을 통해 정부와 경찰들의 책임을 인정받기까지는 4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사건 직후 고소·고발을 했지만, 검찰은 고소인 조사만 한 후 1년 가까이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살수차를 운전했던 살수요원과 현장책임자, 그리고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형사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당시 갑호비상령을 동원하면서 집회 대응의 총괄책임을 맡았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결국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고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권고하였고 권고 당시 경찰청장이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정작 사건 당시 책임자의 사과는 끝내 없었다. 경찰들의 행위가 위법하고, 이에 따른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되었지만, 누군가의 삶이, 하나의 세계가 무너진 대가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들이었다.

 

고인이 직사살수에 맞고 쓰러진 지 5년이 지난 2020년 4월 23일, 헌법재판소는 고인에 대한 직사살수행위가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확인했다. 당시 고인에게 직사살수를 해야할만큼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아 수단의 적합성이 없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인명 피해 발생이 당연히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는 점, 야간에 비가 오는 상황에서 물줄기에 대한 미세조정도 어려워 강한 물살세기로 가슴 윗부분을 겨냥하고 살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침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으며, 당시 이러한 살수행위로 얻을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고인은 사망에 이르러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고인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하였다.

 

너무도 당연한 이 결정을 받기까지 5년이 걸렸다. 당시 경찰의 직사살수행위가 위법을 넘어 위헌이고, 경찰이 물리력 행사를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울림을 준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아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리고 살수차 운용의 근거 규정이 법률이 아닌 내부 지침으로 마련되어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는 경찰의 물리력 행사 기준이, 법률이 아닌 내부 지침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은 경찰이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으니 괜찮은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같은 일이 반복되고 누군가는 또다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기는 일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마저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완전한 피해구제가 어렵더라도, 그 과정이 지난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못된 것을 조금씩이라도 바로잡고 다시는 다른 누군가에게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의 소중함과 무게감을, 고인을 통해 다시 한 번 가슴에 절실히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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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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