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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율립

[월간율립 2020년 4월호] ‘기생충’의 대박과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



월간 율립 _ 4월(2020)

‘기생충’의 대박과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

 

변호사 하주희

 


# ‘기생충’의 대박과 현실

 

‘기생충’이 대박을 쳤다. 영화를 본 후 적어도 이틀은 가는 그 찝찝한 여운이 세계사람들의 공감을 샀나 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국의 ‘반지하’보다(아마 아는 곳이어서 인 듯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인분’이 넘쳐난다는 사실이었다(mbc, 2020. 1. 18. 뉴스데스크, ”이게 무슨 냄새야‘... 밀려난 노숙자들 곳곳 ’인분‘“). 이를 치우기 위한 ’인분 순찰대‘(poop patrol)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검색을 하니 이미 여러 차례 기사화가 된 사실이었다. 샌프란시코에 8,000명이 넘게 노숙자가 늘어나서라는데, 이렇게 된 것은 샌프란시스코 집값이 폭등하면서 이에 비례하여 오른 임대료 때문에 저소득층이 거리로 쫓겨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쯤이면 ‘인간의 존엄성’은 찾기 힘들다고 봐야할 것 같다.

 

# 세계인권선언과 주거기본법

 

1948년 12월에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25조 제1항에는 이미 “모든 사람은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사회복지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실업, 질병, 장애, 배우자 사망, 노령 또는 기타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인한 생계 결핍의 경우에 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이후로 주거권이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것이냐 아니냐, 헌법상 근거가 무엇이냐 등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우리는 2015년 주거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주거권을 명시했다.

주거기본법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한 상태에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주거복지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제정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라는 점을 적시하긴 했지만, 제2조에서 “물리적ㆍ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주거권으로 명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에 관한 지표로서 최저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도록 하고 있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거지원필요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여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ㆍ고령자ㆍ저소득층ㆍ신혼부부ㆍ청년층ㆍ아동복지법에 따른 지원대상아동을 주거지원필요계층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의무도 있다.


# 법과 현실

 

주거기본법의 제정은 ‘주거권’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규범적으로 ‘선언’하였으나 아직 법이 완전히 서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주거기본법 제정 이후에도 법에 따른 최저주거기준을 설정 공고하지 않고 있다. 2011년, 주거기본법이 아닌 주택법에 따라 설정한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의 개수가 ‘국토해양부 공고’로 있을 뿐이다. 가구원수 1인의 경우 방 1개 14㎡, 가구원수 4인의 경우 방3개 43㎡로 설정해뒀다. 주거기본법에는 최저주거기준에 최소 주거면적과 방의 개수 뿐만 아니라 “전용부엌ㆍ화장실 등 필수적인 설비의 기준, 안전성ㆍ쾌적성 등을 고려한 주택의 구조ㆍ성능 및 환경기준”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주거기본법 시행령 제12조) 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국토교통부가 최저주거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보고서를 발표했다는 기사가 있었으나(2019. 10. 15. 경향신문, “최저주거기준에 온수·채광·소음 등 포함”…‘삶의 질 개선’ 7년 만에 개정 작업“),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기생충’ 가족은 자녀 2인의 4인 가구이니까 방 3개 43㎡가 현재의 최저주거기준인데, 이를 충족하는 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주거기본법상의 쾌적성을 고려한 환경기준까지 염두에 두면 ‘냄새’가 날 정도이니 쾌적성 기준은 충족하지 못하는 집임이 분명하다.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은 방 1개 14㎡이다. EBS 다큐프라임 <행복한 주거>에서 최저주거기준의 모형을 만들어 대학생들에게 선보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적당한 침실과 이동공간 부엌과 화장실까지 둘러본 모든 대학생들이 매우 만족하며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통계청 조사결과에 의하면 서울의 청년주거빈곤율이 40.4%에 달한다고 하는데(통계청(2016), 사회조사와 인총 표본조사 연계자료 분석 및 활용), 이는 결국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집이나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사는 청년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 현실을 대하는 법의 태도

 

이런 현실을 대하는 법의 태도는 아직 ‘남의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4조 제1항 소정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 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를 직접 발생케 한다고는 볼 수 없고, 이러한 구체적인 권리는 국가가 재정형편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법률을 통하여 구체화될 때 비로소 인정되는 법률적 차원의 권리로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5. 7. 21. 선고 93헌가14 결정, 헌법재판소 1998. 2. 27. 선고 94헌가10 등(병합) 결정). 주거의 안정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주택임차인의 보호는 헌법 제34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해 정당화된다라고 하였으나(헌재 2014. 3. 27. 2013헌바198 결정), 무주택자 주택공급 부작위 위헌확인 청구사건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주택법, 임대주택법 및 그 시행령 등에 따르면, 국가는 저소득층 국민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주거에 관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일정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저소득층 국민에 대한 주거권 보장을 넘어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내용의 보편적 주거권을 보장할 국가의 작위의무는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헌법해석상 위와 같은 작위의무가 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도 없고, 법령에도 위와 같은 작위의무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3. 11. 19. 2013헌마754 결정).

이런 입장은 유럽인권재판소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유럽인권협약>8조(모든 사람은 그의 사생활, 가정 생활, 주거 및 통신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에 관한 ‘Champman’ 판례에서 “모든 사람이 존엄성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장소, 자신의 보금자리라고 부를 수 있는 거처를 가지는 것이 좋은 일이긴 하나, 본 협약 당사국들에게는 불운하게도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가 모든 사람이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재원을 제공해주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은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사법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Chmpman v. United Kingdom(2001) 33 EHRR(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para 99.)라고 판시하였다.

결국 법원이 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 관하여 보자면 주거기본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법원의 역할이 달라져야만 하지 않을까 한다. 비록 현실은 노숙, 쪽방, 고시원, 높은 집값, 주택임차인, 상가임차인들까지 층위가 다양하고 많긴 하지만 주거기본법을 제정했고,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것을 설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의 기준 찾기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기생충’을 극복하기 위한 모색

 

그런 차원에서 샌드라 프레드먼(인권의 대전환)의 말은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주의 깊게 들을 만한 것이다. 샌드라 프레드먼은 ‘주거권’을 적극적 권리로 규정하기 보다는 의무의 측면,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의 측면으로 접근하면 훨씬 인권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일정한 거처가 없을 경우에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행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 그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적극적 자유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처 없이 노숙하는 사람은 신체적 폭력, 강간, 질병, 변덕스러운 날씨, 극심한 불평등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노숙상태는 인간의 존엄성과 존중을 갉아먹고, 연대의 가치도 무너뜨리게 되는 반면, 일정한 주거지가 있으면 일련의 다른 권리와 복지수혜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구속되었을 때 석방될 수 있는 권리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여러나라들은 주거를 보장하는 것을 자신들의 의무로 삼고 이행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주거의 61%는 공공주택이고, 스웨덴과 파리의 대학생들을 주거급여를 받고 있어 필요할 때 이외에는 알바를 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

집이 달라지면 생활과 삶이 달라진다. ‘기생충’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산 2020년, 청년들이 고시원이나 반지하가 아닌 ‘집’에서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법’의 역할을 모색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국가가 주택급부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도 하고, 대학가 월세를 규제하지도 않고 지원하지도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묻기도 해야 한다. 알바와 학업을 6:4의 비율로 하고 있다는 한국 대학생의 짐을 덜어줄 시도를 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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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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