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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율립

[월간율립 2020년 10월호] 공공병원 설립, 건강할 권리의 토대

월간 율립 _ 10월(2020)

공공병원 설립, 건강할 권리의 토대


변호사 하주희

 

 

# 코로나 19 재확산, 공공병원 설립예산 0원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의 재확산이 무서운 속도로 유럽과 미국을 휩싸고 있다. 한국도 살얼음판이고, 한국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장기적인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취지하에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였고 이에 반발하여 전공의들이 대거 파업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공공병원의 역할이 컸다고 인정하고, ‘코로나19확산대비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 국회토론회’에서도 정부, 국회, 학계 및 공공의료기관 모두 이구동성으로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추무진, ‘코로나19가 쏘아올린 공공의료 :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대한공공의학회지, 2020. 8. 12.).

 

그러나 떠들썩했던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과 달리 내년 2021년 보건복지 예산에 공공병원과 공공병상 확충,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예산은 0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예산(안) 90조1536억원을 편성하면서 보건 분야 예산으로 14조219억원을 배정했다. 보건 예산안 14조219억원 가운데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예산 10조7,988억을 뺀 순수 보건의료예산은 3조2,231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중은 10.0%로 역시 OECD 국가 대비 최하위 수준이다(임송식, 코로나19로 본 공공의료 확대 필요성, 산업은행미래전략연구소).

 

 


# 권리로서의 ‘보건권’, 건강에 관한 권리

 

우리 헌법은 보건과 관련해서 헌법 36조 제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이‘권리’를 포함하고 있다는 데에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6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보건에 관한 권리는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보건의료기본법도 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관련하여 제10조(건강권 등)에서 “① 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보호의무의 정도와 관련하여서는 주로는 ‘사회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 때문에 ‘과소보호의 원칙’으로만 심사하는 터라, 현재까지는 사실상 청구권으로서의 권리성이 완전히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2000. 5.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는 건강권에 대한 일반 논평을 채택하면서 건강권을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에 대한 권리”로 규정하고 그 범위와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하였다. 단지 아플 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프지 않도록 안전한 식수와 적절한 위생에 대한 접근, 안전한 음식과 적절한 영양, 주택의 적절한 공급, 건강한 직장과 환경 조건을 포함하고, 더 나아가 건강 관련 교육과 정보 등 모든 기본적 건강 결정 요인들을 포함하는 포괄적 권리로 건강권을 해석하였다.

 

 

# 권리실현의 토대로서 공공병원

 

헌법재판소도 보건의료 서비스의 공익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법 위반 사건에서 “보건의료 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 등 시장참여자 사이의 정보비대칭, 수요의 불확실, 치료의 불확실, 법적 독점, 외부성 등 일반 재화와 다른 특성이 있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영리성 추구를 제한할 자율적 규제나 법적 규제가 미흡한 경우에는 의료수요 유발, 고가서비스 추구, 의료인력의 과도한 전문화 등을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므로, 그 수요와 공급을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 두면 시장의 실패 혹은 사회적 후생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 “국민이 보건의료 서비스에 개인의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균등하게 접근하고, 보건의료전달체계 내에서 보건의료자원(인력·시설·장비 등)을 균등히 향유하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양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으며, 진료수준의 차이를 배제할 권리가 위협받는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건강권과 국가가 국민에게 적정한 의료급여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국가적 의무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한 바가 있다(헌재 2005. 3. 31. 2001헌바87). 덧붙여 위 사건에서 유럽의 의료기관에 비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비중이 취약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국가의 의무 혹은 국민의 권리로서의 건강의 실현은 영리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민간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지리적인 문제와 소득수준에 따른 사회계층적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공공병원은 그 토대가 될 것이다.

 

 

#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제도적 개선사항

 

* 현재 하주희 변호사는 ‘공공병원 만들기 운동본부’(준) 법률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래는 위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국공립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

 

현재 공공보건의료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설치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는데(제6조), 이를 국민의 기본적인 보건의료수요를 형평성 있게 충족지킬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설치 운영 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우선 설치 지역에 대한 기준을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공공병원 설립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공익적 차원의 적자 인정

 

공공병원은 그 목적자체가 ‘공공의료’이기 때문에 ‘수익’이 목적인 민간병원과 그 운영내용과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잉진료를 할 이유가 없고, ‘공익적 의료의 제공, 사회적 안전망의 유지,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책 수행, 지역사회의 공익적 활동’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은 문제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은 공공병원을 설립할 때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얼마나 수익이 나는지’를 기준으로 공공병원 설립 승인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그나마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이 설립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좌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 이와 관련하여서는 이용빈 의원이 발의한 안이 이미 국회에 계류되어 있기도 한데, 국가재정법상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보호를 위하여 국가 차원의 정책적 추진이 필요한 공공의료원(「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을 포함한다) 건립 등 공공의료체계 구축 사업”의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예외로 보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지방의료원법에도 예외규정을 두어 ‘공공병원’의 설립이 취지대로 이루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지방의료원법에는 ‘3개 사업연도 이상 계속하여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경우’,  ‘특별한 사유 없이 전년도에 비하여 경영수입이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를 지방의료원에 대한 운영진단 요소로 하고 있고, 결국 이는 지방의료원의 임원의 해임 조직개편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공공병원’의 특별한 목적 자체를 도외시한 규정이다. 당연히 수익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공공병원’은 공익적 역할 수행과정에 불가피하게 ‘착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병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을 강요하는 것이다.  

 

★ 시민참여 필수화

 

건강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 의사 결정’을 위한 주민의 참여는 필수이다.

 


# 지금, 시작


‘믿을 수 있는 좋은 병원’ 옆에 살고 싶은 모두의 바람을 실현시키는 첫 걸음으로서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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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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