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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율립

[월간율립 2020년 9월호] 더욱 평화로운 한반도를 기억하는 9월이 되기를

 

월간 율립 _ 9월(2020)

더욱 평화로운 한반도를 기억하는 9월이 되기를

- 이 글은 월간 YWCA 9-10월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법무법인 율립 연구원 고유경



 2년 전 9월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북녘 주민들 앞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였다. 판문점 선언을 진전시키기 위해 남북 정상은 평양에서 다시 만났고, 회담 후 15만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 결과를 공표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소개로 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더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겨레와 전 세계에 천명했다는 점,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한 점, 공동 번영과 자주 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약속한 점 등 4월 판문점 선언 내용을 전하였다. 또한 이번 평양 회담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에 합의하였고,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고 약속하였고,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만명의 북녘 주민들 앞에서 직접 연설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고 한편으로는 무게감이 남다른 연설이다. 

 

 

- 남북 합의 이행과 신뢰 구축에 어려움을 조성한 유엔사


문재인 정부는 남북간 합의 이행과 북미간 협상 촉진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하려 했으나 기대만큼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이르자, 남북간 합의 이행이 독자성과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2018년 8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위해 남측 조사단 일행이 북측과의 철도 공동점검을 위해 방북하려는 것을 두고 유엔사가 이를 불허하였다는 소식이 있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의 통과나 비무장지대 출입에 대한 허가권한을 갖는다. 이를 근거로 기간 문제와 자료 제출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지만, 한국측 관계자는 탄력적으로 운영해온 과거와 다른 유엔사의 태도를 지적했다. 정전협정은 군사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 사령관 사이의 합의다. 그런데 전쟁상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남북 정상들의 합의를 이행하는 정치적 협력에 유엔사가 허가권한을 행사하여 이를 지연시킨 것은 주권 침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 공동 철도 점검은 진행되었지만,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사의 이런 태도는 남측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북측과 협력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남겼다.


유엔사는 남북이 합의한 9.19 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남북 군 당국은 9.19 합의에 따라 판문점을 포함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조치에 착수했다. 그런데 유엔사가 판문점 비무장화 조치를 검증하는 남북 협의에 참여하겠다고 나서서, 우여곡절 끝에 결국 3자가 참여하는 회의 구조로 비무장화 검증이 진행되었다. 그 후 비무장화된 판문점을 남북이 공동 관리하려는 계획을 두고 유엔사가 여기에도 한 주체로서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남측이 유엔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유엔사가 판문점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막혀 남북 협의는 공전되다가 결국 멈추었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서명한 유엔사는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며 정전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정전협정은 양측이 정치회담을 진행하여 전쟁상태의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는 것을 이롭게 하기 위해 양측 군 사령관이 정전을 유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남북 군당국의 9.19 군사합의와 그 이행은 비무장화와 적대행위 중단, 단계적인 군축으로 정전을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정전협정 서명자로서 유엔사는 이런 노력에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게다가 유엔사는 1991년 판문점을 제외한 비무장지대 일대의 경비를 한국군에게 맡겼고, 2004년에는 판문점 경비 임무도 한국군에게 넘겼다.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이 없는 유엔사가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경비 임무를 한국군에게 일임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엔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남측 군당국이 북측과 판문점 공동 관리를 해나가는 것은 실질적이면서 합리적이다.


한국 정부는 전쟁의 당사자이자 전쟁 상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사자이다. 정전협정에 명시된 유엔사의 권한을 부인하지 않는 한국 정부가 남북의 협력으로 신뢰를 쌓고 평화와 군축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에, 유엔사가 협력하는 것이 정전협정에 부합한다. 남북간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가 교착상태에 이르면서 유엔사가 남측 군당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지연시켰다는 비난이 커졌다. 유엔사의 이런 태도는 미군의 허가없이는 남측 군 당국이 북과의 합의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인식과 더불어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 평화를 이루려면 평화를 연습하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에 뛰어 들려면, 오래된 냉전시대 군사적 대결의 제도와 관행을 벗어야 한다. 전쟁 상태를 유지해온 제도와 틀을 부여잡을 경우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고 무력 경쟁만 불러올 뿐이다. 적대 관계를 끝내지 못하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루기 어렵다. 남북 협력이 활발한 때에 북미간 협상도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미국이 남북 협력의 성공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비핵화의 지름길이다. 북미간, 남북간 합의를 서로 지키라고 강제하거나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그친다면, 한반도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어렵다. 그 동안의 합의를 서로 지켜야 하는 수단에만 가두지 말고, 스스로 지켜야 할 기준으로 삼을 때 합의 이행의 성과가 생기지 않을까.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합의했다. 이어 9.19. 군사합의를 통해 땅, 바다, 하늘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의 각종 군사연습 중지, 상공에서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합의하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2019년 들어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연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간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군사훈련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말이다. 이 연례 훈련에는 북한을 점령하고 안정화하는 작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이 과거에 구매한 최첨단 F-35 전투기,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한국에 인도하면서, 자랑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는 큰 고객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비율로 국방예산을 늘리고 있다. 2019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8.2% 증액한 46.7조원, 2020년의 경우 7.4% 증가한 50.2조원이다. 한국은행이 평가한 2019년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5조6천억원으로, 한국의 국방예산보다 적다. 군사적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국방비를 상당하게 늘리고 여러 첨단무기를 수입하는 것은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을 불러오는데다 9.19 군사합의에도 맞지 않다.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신뢰를 쌓아나가는 데 기여할 외교-통일 예산은 올해 5조원에 불과했다. 국방예산과 비교하면 10% 수준이다. 정부의 자원과 인력을 군사대결과 무기 경쟁에 집중하는 틀과 인식을 바꾸지 않고서 신뢰 구축과 공존의 시대로 뛰어들 수 있는지 의문이다.

 

2년 전 4월 27일 10년 만에 다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생중계로 본 기억이 떠오른다. 판문점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라 기대가 더욱 남달랐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장면은, 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 한반도는 2년 전 모습과는 다른,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 내년 4월 한반도의 진전된 평화를 위해 평화를 연습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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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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